🌿 을목의 흔들림
“부드러운 사람이 왜 더 많이 다칠까?”라는 물음은 을목(乙木)이 가진 유연함이 언제 힘이 되고 언제 상처가 되는지를 되짚게 합니다. 나무라기보다 덩굴과도 같은 을목은 살포시 기대어 올라갈 무엇인가를 찾으며 자랍니다.
이 글은 그런 을목의 내면을 세 갈래로 나누어 살펴보고, 상처받으면 다시 일어서는 힘이 어디에서 피어나는지 조용히 탐색하려 합니다.
1. 을목의 유연함과 착한 아이 콤플렉스
을목은 부드러운 줄기를 타고 오르듯 관계를 따라 성장합니다. 타인의 표정을 읽는 감각이 예민해 상대가 불편해하기 전에 스스로 모서리를 둥글게 깎습니다.
“착하다”라는 칭찬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놓였고, 그 말이 곧 자신의 존재 이유처럼 느껴집니다. 이렇게 길들여진 유연함은 겉으로는 미덕이지만, 안으로는 경계가 흐릿해지는 위험을 품고 있습니다. 누군가 조금만 기대어도 자신이 휘어지면 된다고 여겼고, 희생은 자연스러운 선택이 되었습니다.
을목은 그렇게 “괜찮아 보여야 한다”는 의무감 아래, 자기 감정보다 상대의 감정을 우선합니다. 문제는 한계가 무너지는 순간 찾아옵니다. 더는 버틸 틈이 없을 때, 을목은 이유 모를 서운함과 피로에 잠식되는 겁니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는 사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상대를 실망시키지 않으면 버림받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변형된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인정받기 위해 자신을 꺾는 행동은 결국 스스로를 버리는 행위일뿐입니다.
자신이 느끼는 서글픔은 타인이 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운 흔적 때문임을 깨달았을 때, 을목은 비로소 첫걸음을 떼게 됩니다. 타인을 위하는 일이 곧 자신을 위하는 일일 수 있지만, 그 순서가 뒤바뀌면 유연함은 족쇄로 변하게 되는것입니다. 유연함이 장점으로 빛나려면, 나를 포함한 모두가 편안한지가 먼저 확인되어야 합니다.
2. 을목의 부러지지 않는 진짜 강함은 어디서 나올까?
을목의 진짜 힘은 꺾이지 않는 단단함이 아니라, 휘어졌다가도 다시 일어서는 부드러운 탄성에서 나옵니다. 거센 바람이 스쳐도 부러지지 않고 유연하게 몸을 맡길 수 있는 그 성질은, 강함이라기보다 깊은 복원력에서 비롯됩니다.
이 복원력의 첫 번째 뿌리는 감정에 솔직하려는 마음입니다. 을목은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그냥 넘기지 않고, 조용히 들여다봅니다.
“왜 이런 기분이 들었을까?”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마음속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냅니다. 그렇게 이름 없이 떠돌던 감정은 조금씩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바뀌어 갑니다.
감정을 이야기로 바꾼 순간, 마음은 제 방향을 찾고 흐름을 갖게 되는것입니다.
두 번째 뿌리는 작은 호기심입니다.
을목은 변화를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주변의 흐름에 조용히 귀 기울입니다. 크게 요동치지 않아도, 일상의 작은 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그 호기심은 고인 감정에 숨을 불어넣고, 닫혀 있던 마음의 창문을 슬며시 열어줍니다.
세 번째는 느슨하지만 따뜻한 연결입니다.
을목은 단단한 동맹보다는 가볍게 얽힌 관계 속에서 힘을 얻습니다. 너무 깊이 얽히지 않았기에 부담은 덜하고, 필요할 때는 자연스럽게 기대었다가,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그런 관계는 의무가 아닌 선택이었고, 그래서 더 오래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모든 복원력은 ‘착한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난 자리에서 자라납니다.
누구의 기대에 맞추기보다는, “나는 이 모습으로도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었던 순간부터, 을목은 자기 안의 힘을 발견하기 시작하게 되는것이죠.
흔들리더라도,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중심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을목은 더 이상 외부의 시선에 휘청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타인의 기대에 맞추려 애쓰기보다는, 함께 풍경을 만들어 가는 사람으로 조용히 걸어가게 되는것입니다.
3. 홀로 자라는 법
을목에게는 기대어 자랄 무언가가 꼭 사람일 필요는 없습니다.
첫 번째 디딤대는 ‘시간을 지키는 습관’입니다.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일정한 시간에 쉬는 루틴은 작은 기둥이 되어 줍니다. 스스로 세운 구조에 기대어 자라는 법을 익히면 외부 기대치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빈도가 줄어듭니다.
두 번째는 ‘취향을 구체화하는 일’입니다. 좋아하는 음악, 색, 향기를 정성껏 기록했을 때, 을목은 자신의 뿌리를 감각 속에 심습니다. 취향은 타인과 공유할 수도, 혼자 누릴 수도 있는 은은한 버팀목이 됩니다.
세 번째는 ‘거리 두기 연습’입니다. 관계가 자신을 집어삼킬 듯 가까워지면 하루쯤 연락을 늦추고, 공간을 달리해 보는 겁니다. 거리감은 차가움이 아니라 건강한 틈이며, 그 틈 사이로 빛과 공기가 흐릅니다. 마지막으로 ‘작은 불편을 감수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할 때 느끼는 미안함, 내 몫을 주장할 때 따라오는 어색함은 을목을 성장시키는 불편함입니다. 그 불편함을 통과할 수 있을 때, 을목은 더 이상 착한 아이 역할에 매이지 않습니다.
관계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이 존재 조건이 되지는 않습니다. 사람에게 기대지 않고도 자라난다는 말은 홀로 서겠다는 선언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지탱하는 방법을 익힌 사람이 모였을 때, 관계는 의존이 아닌 교감이 됩니다.
그렇게 을목은 흔들려도 꺾이지 않는 고유의 선을 그리며 숲속 어디서나 자신의 자리로 돌아옵니다.
💌 을목일간을 가지 모든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
“너는 늘 조용히, 부드럽게 곁을 지켜줬지.
그 다정함이 누군가에겐 안식처였지만,
그만큼 너는 스스로를 많이 접어야 했을 거야.
‘괜찮아’라는 말 뒤엔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숨어 있었겠지.
하지만 이제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가끔은 기대고,
가끔은 울어도 돼.
너의 흔들림은 연약함이 아니라,
바람 속에서도 꺾이지 않기 위한 아름다움이야.
이제 너 자신에게도 다정해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