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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길거리 음식의 재미있는 이야기: 명동, 홍대, 종로

by 오늘도 반짝이는 나 2025. 5. 19.

서울을 걸을 때, 눈보다 먼저 반응하는 건 코다. 어디선가 풍겨오는 구수한 튀김 냄새, 매콤한 떡볶이 향, 달큰한 군밤 냄새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서울의 길거리 음식은 단순한 간식 그 이상이다. 도시의 성격을 담고, 그 동네의 리듬을 따라 진화한 서울만의 문화이자 추억의 맛이기도 하다.

이번엔 서울의 대표 길거리 음식 지역, 명동, 홍대, 종로를 중심으로, 그 음식과 그 속에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천천히 꺼내본다.

 

명동 – 외국인도 줄 서는 길거리 미식 골목

명동은 한때 '서울의 패션 1번지'로 불리던 곳이다. 요즘은 패션보다 음식이 더 눈에 띈다. 특히 명동 중앙거리 일대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꼭 들르는 길거리 음식 천국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씨앗호떡이다. 원래는 부산 국제시장에서 유명했는데, 명동 한 푸드트럭이 이걸 서울식으로 재해석했다. 호떡 반죽 안에 해바라기씨, 호두, 아몬드를 듬뿍 넣고 흑설탕을 녹여낸 이 간식은 한때 일본 유튜버들이 몰려와 촬영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한 푸드트럭 사장님 얘기에 따르면, 외국 관광객이 자국에서 호떡을 만들어 팔아보겠다고 제조법을 물어본 적도 있었단다.

또 하나의 명물은 랍스터 꼬치구이. 단순한 해산물 구이가 아니다. 커다란 랍스터 꼬치를 숯불에 직화로 굽고, 위에 마늘버터소스를 입혀준다. 값은 만만치 않지만, 인증샷을 찍기 위한 줄은 언제나 길다. 랍스터를 들고 찍은 사진 한 장이면, ‘명동에 다녀왔다’는 증거가 되곤 한다.

 한 크리에이터가 꼽은 명동의 길거리음식 Top 10에 랍스터구이, 양배추 오믈렛, 치즈 떡꼬치, 허붕, 콘피자, 스테이크, 장미꽃 아이스크림등이 있다. 이렇듯 다양한 길거리음식이 있는곳이 명동이다.

 

명동은 길거리 음식의 글로벌 테스트베드로 불린다. 다양한 국적의 입맛이 오가는 곳이다 보니, 새로운 조합과 아이디어가 먼저 실험되는 편이다. 그래서 매번 갈 때마다 새로운 메뉴가 하나쯤은 눈에 띈다.

 

명동길거리 음식
명동길거리 음식

홍대 – 창작과 감성의 음식 실험실

홍대는 언제나 새롭다. 음악, 그림, 패션도 그렇지만 음식도 마찬가지다. 이 거리에서는 간식마저도 창작물이 된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컬러 츄러스. 일반 츄러스에 딸기 파우더, 녹차 파우더, 블루베리 크림 등을 입혀 색을 입힌다. 이 츄러스가 처음 등장한 건 홍대입구역 근처 골목길의 작은 노점. 처음엔 사람들이 색소 먹기 꺼릴까 걱정도 많았지만, ‘사진이 잘 나오는 간식’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반응은 의외로 빠르게 폭발했다. 이후에는 츄러스 위에 마시멜로, 시리얼, 심지어 피카츄 모양 젤리까지 올리는 창작 경쟁이 벌어졌다.

 

홍대 거리에서 인상 깊은 간식 중 하나는 달고나 라떼였다. ‘오징어 게임’ 이후 달고나가 다시 유행하면서, 한 카페형 포장매장이 달고나를 부숴 라떼 위에 뿌린 음료를 출시했다. 그 메뉴는 단순한 라떼가 아니라, 서울의 어떤 계절, 어떤 문화 현상의 흔적이 담긴 음료였다. 거리엔 늘 음악이 흐르고, 그 곁엔 사람들이 서서 간식을 먹는다. 먹으면서 이야기하고, 사진을 찍고, 그 순간을 콘텐츠로 만든다.

홍대는 음식이 콘텐츠가 되는 거리다. 그냥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감정과 감성을 자극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소비되는 간식이 넘쳐난다.

 

종로 – 시간의 틈 사이에서 맛보는 진짜 서울

종로에서의 길거리 음식은 명동이나 홍대와는 다르다. 여기엔 시간이 담겨 있다. 서울 사람들 사이에선 '종로에서 파는 건 뭔가 정이 있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종각역 뒷골목, 피맛골 근처에서 만날 수 있는 국화빵은 겨울이면 그리운 맛이다. 붕어빵보다 작고 둥글며, 안에는 팥소 대신 밤이나 고구마 크림이 들어가기도 한다. 이 국화빵을 굽는 작은 수레 앞에 서면, 어릴 적 학교 앞 분식집이 떠오른다. 이곳 국화빵 장사는 30년 넘게 같은 자리에 있다. 사장님 말로는 대학 시절에 빵 사 먹던 학생이 지금은 자녀와 함께 온다며 웃는다. 그런 사연이 담긴 빵이니, 맛도 묘하게 따뜻하다.

또한 종로3가 근처에서는 간간히 노점 튀김만두왕만두꼬치를 볼 수 있다. 길게 줄지어 놓은 증기로 덥혀진 왕만두 안에는 고기, 당면, 야채가 꽉 차 있다. 한 손에 들고 먹으면, 서울의 중심에서 시간과 공기가 다른 리듬으로 흘러간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종로는 빠르게 변하는 도시 속에서 잠시 멈춰 있는 공간이다. 여유로운 걸음으로 걷다가 만나는 길거리 음식은 서울의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번쩍이는 간판도 없고, 해시태그도 없지만, 오래된 손맛 하나로 사람들을 모은다.

 

서울의 길거리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다

명동에서는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간식이, 홍대에선 감성과 창의력이 담긴 먹거리가,

그리고 종로에선 추억과 시간이 담긴 음식이 손에 닿는다.

 

서울의 길거리 음식은 그 지역의 성격과 시대를 담아 계속 변하고 있다. 누군가에겐 단골 메뉴일 수 있고, 누군가에겐 처음 만나는 맛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서울의 길거리에서 먹는 음식 한 입은, 그냥 간식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사실. 그곳엔 거리의 풍경, 사람의 표정, 그리고 음식에 담긴 이야기까지 모두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