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NS를 보다 보면 “어릴 적 간식”이라는 해시태그 아래 익숙한 음식들이 자주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떡볶이, 오뎅, 핫도그는 90년대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대표적인 간식이다. 학교가 끝난 후 친구들과 분식집에 모여 나눠 먹던 그 음식들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먹거리를 넘어서, 우리의 유년 시절을 풍성하게 만들어준 특별한 존재였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그 시절의 맛과 분위기는 여전히 마음속 어딘가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문득 그때가 그리워질 때면, 조용히 떠올려보게 된다. 그 시절, 그 골목, 그리고 그 따뜻한 간식들.
떡볶이, 방과 후 그 골목길의 향기
학교 종이 울리면 누구보다 먼저 가방을 메고 달려가던 곳이 있었다. 바로 학교 앞 분식집이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떡볶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고추장 양념에 떡과 어묵이 잘 졸여진 모습을 보기만 해도 침이 저절로 고이던 기억이 생생하다. 매콤한 냄새가 좁은 골목길을 가득 메우던 풍경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 시절의 떡볶이는 지금처럼 치즈나 트러플 오일 같은 화려한 재료가 들어간 음식은 아니었다. 오히려 단순하고 투박해서 더 정감이 갔다. 천 원이면 충분히 배를 채울 수 있었고, 양도 많아서 친구와 나눠 먹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국물이 자작하게 남았을 때는 누가 먼저 밥을 말아 먹을지 눈치 보던 순간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 추억이다.
떡볶이 한 접시는 하루의 피로를 날려주기에 충분했다. 친구들과 쪼르르 모여 앉아 작은 접시 하나를 가운데 두고 젓가락을 부딪치며 웃고 떠들던 그 시간은 여전히 마음 깊이 남아 있다. 가끔 그 골목을 다시 지날 때면, 어릴 적 향기가 코끝을 스치듯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날에는 괜히 걸음을 늦추게 된다.
오뎅, 겨울이면 더 생각나는 그 국물
날이 쌀쌀해지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종이컵에 담긴 오뎅 국물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포장마차 앞에서, 두 손을 호호 불며 오뎅 꼬치를 들고 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떡볶이처럼 자극적이거나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간식이었다.
그 시절 오뎅은 별다른 소스가 없어도 충분히 맛있었다. 무가 푹 삶아져 국물에 깊은 맛이 배어 있었고, 맑고 시원한 국물 한 모금이면 속이 편안해졌다. 간장을 살짝 찍어 먹으면 또 다른 매력이 있었고, 간혹 양념 없이 그냥 먹는 걸 더 좋아하는 친구도 있었다.
야간 자율학습 시작 전에 친구들과 살짝 빠져나와 포장마차로 달려가 오뎅 하나씩 사 먹던 순간은 지금도 짜릿하게 기억난다. 그 짧은 시간조차 소중했고, 마치 비밀을 공유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오뎅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간식을 넘어서, 잠시 멈춰 숨을 돌릴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쉼표 같은 존재였다. 특히 겨울이면, 코끝이 시릴 때 뜨끈한 국물 한 모금이 손끝까지 온기를 전해줬다. 요즘도 포장마차를 스치듯 지나칠 때면 괜히 옛 친구들이 떠오르고, 그때 나눴던 대화며 분위기까지 자연스럽게 떠오르곤 한다.
핫도그, 설탕 듬뿍 그 달콤함
떡볶이와 오뎅이 든든한 간식이었다면, 핫도그는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지던 간식이었다. 바삭하게 튀긴 핫도그에 설탕을 듬뿍 뿌리고 케첩을 얹어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한 식감과 달콤함, 짭짤함이 동시에 퍼졌다. 지금 생각해도 그 조합은 참 매력적이다.
특히 학교 축제나 장날처럼 들뜬 날에는 어김없이 핫도그를 파는 부스가 있었고, 용돈을 조금 더 받는 날이면 떡볶이에 이어 핫도그까지 챙겨 먹었다. 그날만큼은 마음이 꽉 찬 기분이 들었다. 친구와 하나를 나눠 먹으며 “설탕 좀 더 줘!”라고 외치던 장면도 아직 선명하게 기억난다.
요즘엔 모짜렐라가 들어간 수제 핫도그나 다양한 토핑이 얹힌 고급 핫도그도 많아졌지만, 그 시절 먹던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단순한 핫도그만큼 만족스러웠던 적은 드물다. 기름 냄새가 옷에 배어도 괜찮았고, 손가락에 설탕이 묻어도 마냥 좋았다. 그 핫도그 하나에 담긴 소소한 기쁨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떡볶이, 오뎅, 핫도그. 이 세 가지 음식은 단순한 분식 메뉴를 넘어서, 한 시대를 함께한 소중한 기억이다. 일상에 치여 잊고 지내던 그 시절이 떠오를 때, 가까운 분식집이나 포장마차에 들러 그때 그 맛을 다시 떠올려보는 것도 좋다. 음식 하나가 마음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추억을 조용히 꺼내줄지도 모른다.